<빚으로 지은 집> 리뷰 인물과서평

1. 들어가며

<빚으로 지은 집>은 프린스턴의 Atif Mian과 시카고 부스의 Amir Sufi가 쓴 책으로서, 2014년에 출간되었다. 그리고 이 책은 아마 2008년 금융위기, 그리고 그 후로 나타난 불황에 관한 가장 중요한 책이라 생각된다. 책에서 제시되는 주장들은 진지하게 고려해볼 가치가 있으며, 모기지대출에 대한 2009~2010년 미국 정책 처방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빚으로 지은 집>은 우선 우리가 금융위기에 대해 흔히 알고 있는 이유와 결과, 특히 금융 중개업의 붕괴에 대한 이해가 매우 편협하다는 것을 설득력 있게 설명해준다. 그런 뒤, 또다른 가설인 가계재무건전성에 대해 논의하는데, 이는 추후 경제위기를 최대한 막아보거나, 그래도 발생할 경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들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가진다.

이 책은 전문용어나 복잡한 수식, 계량경제나 데이터 테이블들을 최대한 배제했다. 하지만 이렇다고 이 책이 불쏘시개라는 소리는 아니다. 이 책은 최신 경제학 연구들에서 나오는 결론들을 잘 요약해준 책이기 때문이다.

2. 내용

Mian-Sufi는 중요한 질문을 탐구한다: 도대체 무엇이 경제활동의 지속적 추락을 초래하는가? 그리고 그들은 우편번호별 소비 등등의 새로운 데이터들을 모아 그들의 가설을 검증한다.

우선, 금융계나 정책계, 그리고 논객들의 대부분은 금융위기/경제불황의 이유로 금융중개업의 붕괴를 지목한다. 특히 리만 브라더스를 구제금융하지 않은 것이 금융위기 증폭의 주범으로 생각된다. 당시 재무장관이었던 헨리 폴슨이나 쉐일라 블레어, 티모시 가이트너 등은 베어스턴스, 리만, 패니메이, 프레디 맥, 와코비아, 씨티은행, 워싱턴뮤츄얼, 뱅크오브아메리카 등등의 구제금융 결정을 내리는 시기에 대해 이미 회고록을 출간했었다.

그리고 추후 경제위기를 막기 위한 논쟁-Dodd-Frank 입법 당시 가장 뜨거웠던 논쟁-들은 항상 은행과 그림자은행 (주: 불법은 아니지만 법외활동인 것들) 시스템을 원흉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Mian-Sufi는 이 접근방식이 잘못되었다고 본다. 우선 그들은 신용 스프레드에 대한 데이터를 보았을 때 2009년 말까지 금융제도는 완벽하게 궤도에 재진입했고, 비록 붕괴로 인해 당시 실물경제가 불황에 빠졌었지만 성장회복이 오랜기간동안 보이지 않았다고 반박한다. 또한 그들은 가구나 자동차 등의 내구재와 주택 소비가 2006~2007년 사이에 폭락했으며 이는 그 어떤 금융업이 위기에 빠지기 이전에 나타났다고 지목한다.

추가적으로 저자들은 왜 돈을 더 빌리지 않았냐고 설문조사를 했을 때 중소기업들, 특히 은행에 의존을 많이 하는 섹터,은 은행의 대출 문제보다 고객이 사라졌음을 지목한다. 그리고 이 모든 증거들은 금융위기에 대해 대중들이 흔히 생각하는 금융붕괴를 지지하지 않는다. 즉, 미국 경기후퇴의 최초 징후는 금융 붕괴가 아니라 소비자들의 소비 하락이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부도 위기의 은행보다 과다부채를 짊어진 가구들이야말로 금융위기의 원흉이었다고 지목한다. 그리고 일본의 장기불황에 관한 Richard Koo의 연구를 인용하며 Mian-Sufi는 레버리지와 부채가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 지 설명한다. 가령, 10%의 계약금을 끼고 집을 샀을 때 집값이 10%라도 하락할 시, 집주인의 모든 지분(equity)이 증발함을 증명한다.

그리고 그들은 미국에서 집값이 빨리 떨어진 지역일 수록, 그리고 집에 모기지부채의 대부분이 끼어있는 곳일 수록 소비가 훨씬 더 많이 감소했음을 효과적으로 설명해낸다. 즉 그들은 지나치게 많은 모기지 대출과 그로 인해 부동산시장에 생긴 거품, 그런 뒤 감당할 수 없는 부채를 짊어지게 된 가구를 비판한다. 이 부채는 소비의 하락을 가져왔고, 이로 인해 금융제도에 무리가 간 것이다.

이 해석은 Mian-Sufi가 지적하는 퍼즐을 해결할 수 있다. 가구들은 부채가 너무 많을 때 소비를 하지 않고 이는 은행 자체가 다시 복구되어도 저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비의 하락은 항상 가구들의 과다부채에서 발생하고 이러니 소비의 하락이 항상 금융제도의 붕괴에 앞서 발생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소비자들이 소비하지 않으면, 비즈니스들은 투자나 재고 등등에 투자할 인센티브가 사라진다.

그리고 그들의 분석은 이 포스팅에서 소개하는 것보다 훨씬 더 깊고 샅샅히 들어가지만, 그래도 그들의 주장은 대략적으로 이렇게 요약이 되겠다.

3. 감상

우선 이 책은 필자뿐만이 아니라 경제학자들이 추후 경제위기에 대해 예측/분석을 할 때 어디부터 살펴볼 수 있는 지에 대해 좋은 정보를 제공한다. 그리고 위기에 대한 처방은 금융제도를 단순히 건강하게 유지시키는 것뿐만이 아니라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가계부채가 증가하는 것을 막는 거시건정성(macroprudential: LTV나 DTI가 좋은 예시) 정책의 중요성을 시사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 아쉬운 점이라면 새로운 아이디어 제시까지는 좋지만, 지나치게 현존하는 아이디어에 대비하여 훨씬 더 획기적이라는 마냥 과장광고가 아닐까. 물론 이거야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Mian-Sufi는 책의 마지막 3분의 1에서 이 모습을 보여줬다.

그들은 앞서 얘기한 금융제도 붕괴를 원흉으로 지목하는 것에 매우 비판적이다. Mian-Sufi는 확실하게 얘기하지는 않지만, 불이 났을 때 최소한 구제금융을 해야된다는 아이디어 자체는 받아들이는 것 같다. 그리고 현명한 정책담당자가 리먼브라더스 이후 대폭발을 겪은 다음에도 여전히 구제금융을 거부할 것 같아보이지는 않는다. 물론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혹자는 금융섹터를 조금 더 고통스럽게 해줬어야했을 것이라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당시 중요했던 것은 금융제도의 완벽한 붕괴가 진지하게 들리던 시절 자신감을 다시 회복하는 일이었다. 정부는 투자한 것 이상의 돈을 벌어들였고, 이 금융위기를 초래한 고위층들은 1년 내로 실직했다. 그리고 정부가 특별처방을 해야했던 은행들에 투자했던 주식의 90%는 안 그래도 증발했다.

그리고 금융제도를 구하기 위해 채권 투자자들을 덜 구제했어야되었는 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Mian-Sufi는 그다지 촛점을 맞추지 않는다. 그 대신 그들은 정책담당자들이 모기지 구제 정책을 남발한 것을 비판한다. Mian-Sufi는 만약 정책담당자들이 금융제도 문제보다 가계재무건전성에 더 주의를 기울였다면 더 나은 경제를 일궈낼 수 있었다고 본다.

하지만 오바마의 09~10년 경제팀은 그렇게 보지 않았다. 09년 당시 경제팀은 Mian-Sufi가 보여줬듯이 가계부채의 하락이 소비 상승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고, Mian-Sufi의 불만과는 달리 이를 이미 정책에 반영했었다.

가령 Mian-Sufi가 주장하는 cram-down 정책을 보자. 여기서 파산법원은 모기지대출 탕감을 할 권한이 있으며, 이렇게 허락을 해줄 시 구제가 필요한 집주인들의 협상력은 올라간다. 그리고 Mian-Sufi가 주장하는 것보다 현실은 더 복잡하지만, 2008년만 해도 이를 찬성하는 학자들은 많았다.

그렇다면 왜 오바마행정부는 이를 도입하지 않았는가?

간단하다. 오바마와 관료들의 생각은 이것이 정치싸움에서 오래 갈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며, cram-down 정책 입법이 실패할 시, 정치적 자본과 시간 둘 다 낭비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 와서 손가락질을 하는 것은 쉽지만, 실제 정책을 추천할 때는 언제나 정치 싸움이 얼마나 치열할 지에 대해 역시 고려해야된다는 것이다.

Mian-Sufi의 실증에서는 가구들이 부채 탕감을 받을 시 이의 15%정도를 소비로 돌린다고 측정된다. 그러니 만약 3조 달러 정도의 모기지 대출이 3분의 1 정도 탕감되어, 1조 달러가 줄어든다면, 이는 약 GDP의 1% (1500억 달러)로 연결된다. 하지만 이를 무작정 밀어붙이기에 앞서 다음과 같은 비용들을 생각해보자.

첫째, 시스템을 구제한답시고 시스템을 박살낼 위험이 있다. 미국 은행들은 많은 모기지를 끼고 있으며, 이들 중 특히 많은 부분이 후순위 저당권과 주택을 담보한 2차 융자 (주: 주택 감정가격에서 융자금액을 뺀 값을 담보로 대출한도와 기간을 약정한 뒤 필요할 때 한도 내에서 수시로 돈을 빼거나 갚을 수 있는 행위)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모기지 원금을 탕감하여 1순위 저당부터 해결하려 들 시 이 둘은 완벽하게 붕괴한다.

즉, 탕감을 해준답시고 은행제도에서 수백억 달러를 사라지게 만들 수 있는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본 투입을 위한 정부의 실탄이 부족하고 은행 자본의 1달러가 12달러 정도의 대출을 지지할 수 있다는 실증 자료에 기초하건데, 소비를 진작한답시고 가계부채를 탕감해줬다가는 자본 유동성만 경색시키고 이로 인한 소비 하락으로 인해 말짱 도루묵이 되는 것이다. 물론 이 가설이야 극단적일 수 있지만, 극단적이라면 Mian-Sufi는 왜 그런지에 대해 설명했어야 한다.

둘째, 미래에 발생할 대출들을 갉아먹을 수 있다. 라틴아메리카의 Brady 계획가 그랬듯이 거의 대부분의 부채 구제 정책은 하나같이 "자발적"인 것 같아 보인다. 왜냐하면 정부가 채권자들에게 특히 현재 상환 중인 부채에 대해 부채를 탕감해주라고 요구하거나, 혹은 채권자 우선순위를 강제로 조정하기 시작할 때부터 미래에 나올 크레딧은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부가 부채를 탕감해주라고 강제할 시, 단순한 모기지 대출의 순환뿐만이 아니라 자동자대출과 신용카드 대출 역시 전부 다 경색되게 된다. 이는 작은 걱정거리가 아니다. 자동차산업은 이미 금융위기 당시 추락했으며 소비자신뢰지수 역시 폭락했기 때문이다.

셋째, 부동산 시장 문제를 장기화시킬 우려가 있다.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정책도 돈의 3분의 1을 압류를 막지 못하고 지연하는데에만 낭비되었다. 그리고 부동산시장이 죽은 이유 중 하나는 집값 하락이 예상이 될 때 아무도 집을 사려들지 않아서였다. 그리고 집주인들의 고통을 덜어준다고 피할 수 없는 압류를 "지연"시키는 것은 그저 이 문제를 악화시키고, 집이 결국 팔릴 때 집값이 훨씬 더 많이 추락할 것을 내포한다.

넷째, 규제 문제 역시 크다. 우선 경제학자들은 정부가 대공황 당시 Home Owner's Loan Corporation 계획에 따라 은행으로부터 깡통대출 (대출금보다 시장 가격이 더 낮은 주택들)을 매입하던 정책을 다시 부활시킬 지에 대해 연구를 했다. 그리고 문제는 많은 케이스에서 이 모기지 자산들이 은행의 가치평가회계에 현존하는 시장 가치보다 더 높게 기재되어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높은 가치에 대출들을 구입하는 것은 결국 용납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은행 지원금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것이 은행 자본 유동성에 어떤 참사를 가져 올 지 모르는 만큼 규제 담당 관료들이 우려했던 상황이었다.

다섯째, 정부의 관성 역시 문제다. 모든 학자들은 전통적인 아이디어인 금융위기에는 고정되어있는 빚 상환을 equity로 바꿔야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앞서 얘기한 탕감부터 집이 팔리고 집값이 오를시 채권자들에게 이 집값상승 폭을 현금으로 주는 정책들 역시 검토해봤다. 하지만 이런 정책들을 행정부/입법부/사법부에서 해결하기에는 지나치게 시간이 오래 걸렸고, 설령 된다 하더라도 언제 이 이득이 실제 반영될 지를 예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4. 결론

물론 금융위기 후 경제학자들이 맞닥뜨린 정책적 퍼즐들이 Mian-Sufi의 그것보다 더 복잡했다고 해서 <빚으로 지은 집>이 불쏘시개라는 것은 아니다. 금융위기에 대한 미래의 연구들은 이제 가계재무건전성의 효과에 대해 측정해야할 것이다. 그리고 이 책 이후에도 금융구제가 효과있음에 대해 여전히 믿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금융구제가 더 이상 "충분조건"이 아니라는 것은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덧글

  • RuBisCO 2016/04/22 10:18 #

    다른거 보다도 둘째 이야기가 크게 와닿네요. 뭐가 되었건 간에 신용을 잃으면 전부 잃어버리는거죠. 부채를 탕감해주는 선심성 정책이 일으킬 수 있는 가장 심각한 결과죠.
  • Oso 2016/04/23 10:48 #

    언제나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있습죠 ㄳ
  • 2016/04/22 12:11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Oso 2016/04/23 10:49 #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freeobject 2016/04/22 18:33 #

    인적 자본은 많이 들어봤는데 정치적 자본도 주류경제학에서 쓰는 개념인가요?
  • Oso 2016/04/23 10:49 #

    아주 하드코어한 경제학은 아니고 그냥 영어에서 흔히 쓰이는 관용어구로 보면 됩니다.
  • freeobject 2016/04/22 18:55 #

    과거 오바마가 오시개라고 까이게 만들던 정책들도 실제로 정책을 추진할때는 정치적 자본...즉 정치싸움이 얼마나 치열할지에 대한 고려에 의한 것으로 쉴드가 될 여지도 있는건가요?
  • Oso 2016/04/23 10:52 #

    오시개라 까이는 것은 정치싸움을 바이패스하는 행정명령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은 겁니다.
  • 존다리안 2016/04/22 20:09 #

    미 행정부라는 자리는 도박으로 따서 얻을 수 있는 곳은 아니군요. 저렇게 어렵다니...
  • Oso 2016/04/23 10:53 #

    ㅎㅎㅎㅎ
  • 2016/04/22 21:58 # 삭제

    가계 부채도 같이 관리해야 되는 거 군요.
    그리고 정책 실행 과정은 어렵네요.
    다만 선심성 정책은 경계해야 되는 건 확실하군요.
  • Oso 2016/04/23 10:53 #

    선심성 정책이 괜히 선심성이라는 수식어를 다는 게 아니죠.. ㅋ
  • 데오늬 2016/04/23 11:47 #

    주석 부분은 2차 융자 중 HELOC을 말씀해 주신 것 같네요. 잘 읽었습니다.
  • 나츠메 2016/04/24 21:31 #

    왜 이런 책은 조선 반도에 번역되지 않는 거죠? ㅂㄷㅂㄷ....
  • Oso 2016/04/24 22:31 #

    찾아봤는데 이 타이틀로 번역된 것 같습니다.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8326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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